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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전, 수입 줄었지만 자존감 ‘업’… 가족도 행복지수 ‘업’ [연중기획 - 인구절벽 뛰어넘자]

, 연중기획-인구절벽 뛰어넘자

입력 : 2020-10-21 06:00:00 수정 : 2020-10-23 19: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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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직업 찾은 5060세대
노인 인구 급증 ‘사회적 짐’으로 인식
은퇴자 생산능력 활용 땐 ‘희망’ 보여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일에 만족감 커

태백산 자연환경해설사 취직 박인섭씨
25년간 금융맨… 자격증 따 은퇴 늦춰
억대 연봉 받았던 강윤희씨 취업 성공
출퇴근 2시간반에도 긍정에너지 넘쳐
IT벤처社 정리 후 강사활동 김수동씨
“나이 들수록 친구 등 관계자산 중요”
박인섭 국립공원 자연환경해설사(왼쪽부터), 강윤희 클린푸드팩토리 전문위원, 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

올해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하는 노인·어린이(65세 이상·14세 이하)는 38.6명이다. 20년 후 이 수치는 77.5명으로 불어나리라고 국회입법조사처는 내다본다. 연금 제도도 버티기 힘들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2054년 완전히 고갈되리라는 것이 국회예산정책처의 전망이다.

초고령사회가 피할 수 없는 미래가 되면서 고령층의 잠재력 활용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보통 노인 인구 급증은 ‘사회적 짐’으로 해석된다. 복지비용은 치솟고 연금은 바닥나리라는 우려가 뒤따른다. 그러나 암울한 전망 이면에는 희망도 있다. 이들이 가진 일하려는 의지, 생산능력을 활용하면 ‘인구절벽’의 고통을 완화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실제 60세 전후로 퇴직한 중노년층은 이후에도 여전히 일터를 지키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도움을 받아 인생 1막을 마치고 제2의 일을 찾은 50·60대 3명을 비대면으로 만났다. 이들이 일을 찾은 과정, 일을 놓지 않는 이유를 들으며 초고령사회 속 고령 일자리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내 취업으로 사회행복지수도 상승”

“사회 전체적으로 시니어 일자리의 경제효과를 넘어서 행복지수를 측정한다면, 제 취업으로 저는 물론 가족이 행복해졌어요. 제게 서비스 받는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태백산 국립공원에서 자연환경해설사로 일하는 박인섭(56)씨는 “베이비붐 세대의 취업은 나, 가족, 친지, 사회 전체의 행복지수를 올리는 일”이라며 “50·60대의 취업은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박 해설사는 50대 초반에 은퇴했다. 금융권에서 25년 이상 몸 담았으나 비상장 대기업 감사를 끝으로 여의도를 떠났다. 불안이 엄습했다. 자존감은 당연히 하락했고, 조직이 부여한 지위가 사라지니 다가오는 사람도 없었다. 빨리 정신 차려야겠다 싶었다.

원점으로 돌아가 ‘내가 어떤 사람인가’부터 고민했다. 모색 끝에 자연환경해설사 자격증을 땄다. 지난해 국립공원에 취업했다. 수입은 크게 하락했지만 쓰는 돈도 줄었기에 형편이 어려워졌다는 생각은 안 든다. 박 해설사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몇 년 뒤로 늦춰진 것만으로 대단히 큰 혜택”이라고 했다. 국립공원 정년은 60세이지만, 그는 관련 분야에서 계속 자신의 길을 열어갈 계획이다. 박 해설사는 “은퇴 시점은 제 서비스를 받는 분들이 부담스러워할 언젠가”라고 말했다.

◆“돈 벌고 사회에 공헌하면 긍정 에너지”

사회적 기업 클린푸드팩토리의 강윤희(63) 전문위원은 서울 청담동 자택과 경기 군포시 직장을 매일 2시간30분씩 오간다. 젊은이에게도 고될 출퇴근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강 위원은 아모레퍼시픽에서 20년, 의약품 회사 등에서 20년간 일했다. 2015년 중소기업 부사장을 끝으로 퇴임했지만, 손에서 일을 놓을 생각은 없었다. 구직은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해온 일은 잊어야겠구나’라고 깨달아졌다.

경영학 석사에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가진 그는 여러 강좌를 듣다 사회적 기업과 만났다.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 일자리·환경 등 사회적 목적을 함께 추구하는 기업이다.

강 위원은 지난해 친환경 김을 생산하는 클린푸드팩토리에 취업했다. 과거 연 1억5000만∼2억원이던 수입은 월 300만원으로 줄었지만 만족도가 높다. 그는 현재 회사를 나오게 되더라도 70세까지는 일할 생각이다. 강 위원은 “일하면 수입이 생기는 데다 아침에 나가 저녁에 들어온다는 소속감이 있어 상당히 좋다”며 “나가서 돈을 벌며 사회에 공헌하면 본인에게 상당한 긍정 에너지가 생긴다”고 전했다.

◆“재무자산 말고 관계자산도 생각해야”

김수동(58)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의 삶 역시 2014년 인생 1막을 마치며 180도 바뀌었다. 프로그래머였던 그는 40대에 정보통신(IT)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50대 초반에 회사 지분을 정리했다. 현재는 공동체주택, 사회적 경제와 관련해 자문·기고·강의 등을 하고 있다.

 

1억원이던 연봉은 2000만원 안팎으로 줄었다. 일궈 놓은 부가 탄탄한 것도 아니다. 전세난민이던 그는 경기 고양시에 공동체 주택을 마련해 ‘함께 살기’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에 충분히 만족한다. 김 이사장은 “과거에는 돈 버는 일 따로, 좋아하는 일 따로였다면 지금은 일과 삶이 일치됐다”며 “‘덜 벌고 더 행복하게 사는 삶’으로 바꾼 것도 중요했다”고 했다.

그는 공동체 주택을 초고령사회의 대안으로 본다. 김 이사장은 “노인이 되면 언젠가 혼자 남는 시간을 맞게 되고, 그 시간이 생각보다 길더라”라며 “노년에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면 경제력도 중요하나 관계망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재무자산만 생각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돈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게 좋은 친구와 이웃 등 관계자산”이라고 조언했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즐겁게 일하고 싶다는 그에게 은퇴는 먼 얘기였다.

 

◆노인 일자리는 자율보다 타율

‘일하는 인생 2막’을 사는 세 사람의 경험은 시니어 일자리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올해 6월 공개한 ‘베이비부머의 주된 일자리 퇴직 후 경력경로 및 경력발달 이해를 위한 질적 종단 연구(6차년도)’ 보고서를 통해 “베이비부머들은 과거처럼 타율적으로 규정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에서 벗어나 ‘나를 중심으로 내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고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일’을 하는 경우 만족해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서 여러 면담자들은 퇴직 후 ‘사회적 왕따를 당한 것 같다’고 느꼈으나 새 직업을 찾은 뒤 ‘1년간 하루도 안 쉬었는데 만족감은 더 증가’했고 ‘10년 후에도 만족하려면 계속 새로 일을 저질러야 할 것’이라고 여겼다.

실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55∼79세 고령층에게 취업 동기를 물은 결과 상당수가 ‘일하는 즐거움’(325만4000명), ‘사회가 필요로 함’(22만5000명)을 들었다.

 

질적 종단 연구 보고서는 “고령자에 대한 고정관념은 이들을 비생산적이고 쇠락해가는 연령대로 인식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6년에 걸쳐 퇴직한 베이비부머의 삶을 추적한 결과 이들에게 퇴직은 비전과 목표를 다시 세우고 생산적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 나갈 의지, 역량을 갖추는 중요한 시기”라고 분석했다. 그렇기에 “이들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을 제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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